2015. 7. 23.

미니 자서전 - 3

제 3 장

- 대학교 ~ 현재 -


1학년


  드디어 대학생이 되었다!! 고등학교 내내 이 날만을 위해서 공부를 해왔다. 서울에서의 삶은 걱정반 기대반이었다. 그러나 역시 공대 소문대로 남자들이 가득했다. 특히 기계정보공학과다 보니 한학년당 총 40명 중 여자 동기는 단 1명 뿐이었다. 그건 그렇다고 치더라도 기대했던 공학적인 수업이 아니라 글쓰기, 영어말하기, 발표와 토론 등 '공학도도 문과적인 것을 배워야 한다' 는 대학교의 지침아래 대학 1학년은 전공보다는 공학소양(=교양이라고 쓰고 공학적 내용의 교양이라고 읽는다.)이 대부분을 차지하는, 내가 생각한 것과는 다른 교육을 받았다. 하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1학년 부터 갑자기 빡센 전공들을 배웠다면 아마 다수의 학생들이 전과를 고민했을지도 모른다.
  그나마 1학년 전공 중 기억에 남는 것은 '창의공학기초설계' 과목으로 과제나 시험 없이 총 3 개의 미션만으로 학점을 받는 과목이 있다. 미션내용은 이러했다.

1. "A4용지 2장과 딱풀만으로 만든 구조물을 3층 높이에서 원하는 지점으로 달걀이 깨지지 않도록 최대한 빠르고 정확하게 떨어뜨리기" (20%)
2. "나무젓가락 70개로 다리 구조를 만들어 하중 버티기" (30%)
3. "과학상자를 이용해 고무줄을 동력으로 1m앞으로 갔다가 90도 꺾어서 직진하는 로봇 만들기" (50%)

  지금 생각해보면 이 과목은 한정된 자원과 시간으로 조건을 충족하도록 하는 최적의 설계를 해야하는 과목이었다. 고등학교에서 막 올라온 신입생들에게 공학적 설계에 대한 체험을 할 수 있도록 한 과목이었다. 아쉽게도 이때 사진들은 가지고 있지 않다.


<처음으로 RC 조종기를 만져본다. - 2010년 여름>

  방학이 되고 현수네 아버지와 함께 RC 비행기를 날리러 갔었다. 아저씨께서는 한국에 RC 비행기가 들어왔을 때부터 시작하셨다고 한다. 어려서부터 RC비행기를 가지고 싶었지만 가격 때문에 좌절했던 취미였다. 물론 실력이 안되기 때문에 직접 날리는 것은 5초 정도만 해보았고 지상에 있던 헬기나 비행기를 움직여 보았다. 생각보다 사이즈도 크고 마치 진짜 항공기와 거의 흡사한 외관과 공학적 설계, 액체연료를 이용한 엔진 소리 등 RC비행기가 더 이상 장난감으로 보이지 않았다. 이때 당시만해도 아직 공학적인 수업을 듣지 않았기 때문에 막연히 어려워 보였던 기억이 난다. 아저씨께서는 친절히 이것저것 많이 설명해 주셨고 나중에는 비행기 1대와 RC 비행기 조종기도 주셨다. 정말 너무너무 감사했다. 이 경험은 나에게는 굉장히 중요한 경험이었다. 항공기가 상당히 매력있다는 것을 알게 되고 군대도 공군으로 지원하게 된다.


<배고프고 발품을 팔아 다니던 배낭여행. 이 당시 패션에는 관심이 없었다.>

  여름방학에는 누나와 둘이서 유럽배낭여행을 다녀왔다. ( 누나는 이전에도 가족의 걱정에도 불구하고 혼자서 파리를 다녀온 경험이 있었다. ) 우리는 숙소와 기차, 비행기 티켓만 예약하고 나머지는 가이드 없이 우리가 다 해결해야하는 방식으로 다녀왔었다. 총 2주정도였는데 영국, 프랑스, 독일, 스위스, 이탈리아 순으로 다녀왔다. 2주안에 이 모든 나라를 봐야했기 때문에 한 나라에 짧게는 하루, 길게는 3일정도만 있었다. 때문에 각나라에서 주요한 관광지에 가서 얼른 구경하고 다음 관광지로 재빠르게 이동하는 마치 게릴라전을 방불케하는 여행이었다. 돈도 많지 않았고 힘들고 배고팠지만 상당히 많은 경험들을 할 수 있었다. 이런 경험을 해줄 수 있게 해준 부모님께 너무나도 감사하다.
  외국 사람들에게 길을 물어보고 처음 보는 시스템에 적응하고, 생소한 음식을 먹어야만 했으며 대자연과 멋진 건축물들을 볼 수 있었고 무엇보다 세계각지에서 모여든 사람들을 구경하는 것도 재미있었다. 다만 다음 바램이 있다면 돈이 좀 더 풍족한 상태로 한여름이 아닐 때 다시 온다면 참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2011년 1월 1일 새해 아침 = 군입대 9일전. 민수 촬영>

  그렇게 1학년이 끝나고 공군으로 입대를 앞두고 있었다. 입대전 현수네 민박을 하시는 할아버지댁으로 찬영이와 함께 1박 2일로 놀러갔었다. 그곳에서 다같이 정말 즐겁게 놀았었다. 지금도 생각하면 웃음이 나온다. 야외에서 구워먹던 삼겹살, 방에서 각자 가지고 온 술을 마시며 보드게임과 함께 이야기도 나누고, 다음날 아침에는 산책도 갔었다. (찬영이는 향후 1년 후, 현수는 약 2년후에 차례로 국가의 부름에 응하게 된다.) 모두에게 너무 고마웠고 잊지 못할 추억이다.





군대


<훈련소 수료식날 소대 사진 - 2011년>

  난 공군 항공기기체정비병으로 입대를 하게 된다. 자대에서 KT-1 정비보조를 6개월간 하다가 같은 중대에서 보직만 다른 '중대행정' + '비행대대와 정보교류' + '잡다한 일'을 하는 기록계로 가게 된다. (그렇지만 활주로에 나가 일하는 경우도 많았다. ) 나중에는 병사들을 관리하는 '으뜸병사' 까지 맡게 되어 후반부로 갈 수록 할일이 많아지게 된다. 그러나 굉장히 바쁘게 돌아갔던 군생활에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다. 업무상으로 보면 사회로 치자면 사무실에서 신입사원이 하는 일들에 대해 숙련이 되고, 모든 행정병이 그렇듯 한글이나 엑셀도 많이 배우게 되었다. 물론 항공기를 직접 만져보고 정비보조를 한 경험도 경험이지만 항공기 정비와 비행과정이 전체적으로 어떻게 돌아가는지 직접 타대대와 업무 교류를 해야하는 기록계 업무를 하면서 어깨너머로 볼 수 있던 좋은 경험도 했다. 또한 대부분의 예비군들이 느끼는 것처럼 조직사회에 대한 체험과 인원관리, 사람과 사람간의 갈등 해결 방법 등 사회적인 것도 많이 배웠다.

  내가 상병이었을 때, 누나는 결혼을 하고 매형과 함께 독일로 유학을 간다. 매형은 한국 분이시고 한국에 있을 때 자주 만났었다. 하필 내가 군인일 때 결혼을 해서.. 평생 남는 결혼식 사진에 내 모습은 빡빡이다... 흑..






2학년


  복학에 대한 부품 꿈을 안고 제대를 후 복학을 하게 된다. 그러나 기쁨도 잠시.. 본격적인 전공수업 폭격을 맞게 된다. 그러나 머리는 돌이 된 상태. 동기들 모두 혼란에 빠지게 된다. 모두 필사적으로 자신의 두뇌를 돌려놓기 위한 몸부림이 시작되었다.
  2학년 동안 4대 역학이라고 불리우는 동역학, 고체(재료)역학, 열역학, 유체역학을 배우고 공학수학과 프로그래밍, 직접 선반을 다루는 기계공작법 등을 배우게 된다. 학과 특성상 기계공학과 IT를 모두 배워야 했다. 때문에 배우는 양은 엄청난데 시간은 없는, 본격적인 밤샘 공부의 시작이 되었다. 다른 학과와는 달리 우리 학과는 2학년이 제일 힘들었다. 뒤로 갈수록 팀프로젝트가 많아지기 때문에 시간적 여유가 생긴 것 같다는 느낌은 든다. ( 그러나 프로젝트 결과물을 내놓아야 하므로 조삼모사다. ) 하지만 힘들어도 즐거웠다. 진짜 내가 배우고 싶었던 것들을 배웠기 때문이다.



<독일에는 소시지와 맥주가 정말 많고 맛있고 싸다. - 2013년 여름>

  2학년 여름방학에 누나와 매형이 살고 있는 독일로 갈 기회가 생겼다. 누나에게 필요한 물건과 돈을 전달하는 임무는 덤이었다. 혼자서 비행기를 타고 프랑크푸르트 공항에서 마중나온 누나와 매형을 만났다. 누나부부와 같은 학교를 나온 다른 신혼부부도 함께 나왔다. 이 신혼부부는 내가 독일에 있는 동안 누나부부와 함께 다같이 종종 만나서 다함께 이런저런 이야기도 나눴다. 특히 나를 제외한 나머지 두 신혼부부는 모두 예술쪽이기 때문에 전혀 다른 분야인 과학과 공학 이야기를 너무나도 재미있고 신기하게 들었고 호기심도 대단했다. 덕분에 새벽까지 이야기를 해도 모두 흥미있게 들어줘서 고마웠다.


<강을 따라 걷다가 멋진 구도여서 찍었다. - 2013년 여름>


  독일에 있는 동안 누나와 매형은 시간을 내줘서 독일 곳곳을 구경시켜줬다. 바쁘고 힘든데도 불구하고 많이 도와줘서 감사하다. 정말 많은 곳을 다녔다. 너무나 아름다운 곳이 많았고, 맥주와 소시지 그리고 학센은 예술이었다. 몇가지 부러운 점은 도시가 너무 깨끗하다는 것, 풍경과 건물이 멋지다는 것, 기술적으로 신기한 것이 많다는 것, 사람들의 사고방식도 멋지고 그리고 무엇보다 나 같은 뭔가 만들기 좋아하는 사람이 살기에는 최적의 장소다. 여러모로 선진국이라는 느낌이 많이 들었다. ( 인터넷과 서비스만 빼면 말이다. )



<2학년 2학기 CAD 수업 프로젝트 - 교량전차>

  2학년 과목 중 가장 힘들었던 과목은 2학년 2학기의 CAD 수업이었다. 우리 스스로가 알아서 배워서 결과물을 내놓아야 했고 CATIA를 이용해 설계한 것을 내놓아야 했다. 우리는 현재 교량전차보다 더 먼 단절 지역을 통과할 수 있는 교량전차를 설계했다. 최적의 다리모양을 설계하기 위해 하중분석을 했고, 다리를 조립해서 설칠하는 메커니즘도 생각했다. 물론 실제 전문가가 본다면 엉성하기 짝이 없지만 나름대로 CATIA를 이용해 디자인을 하고 움직이는 메카니즘까지 생각을 했다는 것에 의의를 두고 싶다. 덕분에 CATIA에 대해 아주 익숙해졌다.



<2015년 7월 남이섬>

  이 과목을 배우기 시작할 때 소개팅으로 현재 여자친구를 만났다. 하필 제일 바쁜 학기에 만나서 서로 만날 시간이 없어서 미안했다. 여자친구에 대해서는 사생활이기 때문에 간략하게만 쓰려고 한다.  나를 가장 많이 생각해주고 도와준다. 살면서 배울점도 많은 사람이다. 비록 현수, 민수, 찬영이보다는 늦게 만났지만 내게 있어서 영향력은 이들 못지 않게 크다. 이과적으로만 생각해왔던 나에게 다른 사고를 가질 수 있게 해줬고, 패션도 발전하게 해주고, 맛난 음식과 구경 등 추억을 만들게 해줬다. 그리고 무엇보다 사랑이란걸 알게 해줬다.



<ADEX 2013 - 2013년 11월>

  또한 한국기계전 2013과 ADEX 2013을 보러 킨텍스에 갔었다. 이때부터 매년 나와 관련된 박람회나 전시회가 있으면 찾아가서 구경하고 직접 현직자에게 궁금한걸 물어봤었다. 내가 하고 싶은게 무엇인지 또 미래에 할 수 있는 것들이 무엇인지 알고 싶어서였다. 학년이 올라갈 때 마다 알아듣을 수 있는 내용들이 많아지고 전체적인 기술의 흐름도 볼 수 있어서 참여 할 때마다 항상 즐겁다. 올해도 ADEX 2015를 보러 갈 예정이다.





3학년


<Light the time -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3학년이 되고나서는 더 심화된 내용을 배웠다. 기계적인 것은 열전달과 시스템역학해석(진동학), 기계요소설계 등을 배웠고 정보쪽으로는 자료구조 및 알고리즘, 컴퓨터 구조, 기계IT융합응용, 소프트웨어설계를 배웠다. 전공폭탄의 연속이었다. 이제는 도서관에서 자연스럽게 동기들과 흔하게 마주친다. 나중에 알게된 사실이지만 원래 대학교는 이렇게 빡시게 공부하고 프로젝트를 하는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였다는 것이다.. 보통 대학생 중에서 공대가, 그 중에서도 기계과가 특히 빡세다고 한다. 되돌아보면 고등학교때 이과 수업부터해서 정말 많이도 배운다. 뭐 그렇다고 싫다는 건 아니다. ( 그래도 남들이 하는 캠퍼스 라이프를 할 시간이 없었다는 것은 슬프다 )

  특히 과목 중 소프트웨어설계 과목에서는 VR 공포게임인 Light the time 이라는 게임을 만들었다. Unity를 이용해 만든 이 안드로이드용 게임은 베타테스터를 포함한 최종시연에서도 모두가 무서워 했고 성공적으로 마무리 했었다. 공포게임의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인 효과음과 배경음은 현수가 제작하였다. 이대로 끝내기 아쉬워 구글플레이에도 업로드 했으며 결과는 생각보다 괜찮았다.



<CEDC 2014 - 2014년 12월>

  2학기 때는 교내에서 열린 창의공학설계경진대회에서 수상한 상위 3팀에게 아시아 창의공학 대회인 CEDC 2014에 참가할 기회가 주어졌고 모두 참가하였다. ( 3팀 모두 우리과 동기들이었다는 건 이런 대회에서는 기계과가 깡패라는 걸 보여준다 ) 우리는 '대피시스템 개선' 이라는 제목의 작품을 출품했다.  현재 화재상황에 맞는 최적의 탈출 경로를 알려주는 시스템이었다. 폼보드로 건물모형을 만들었고 라즈베리파이와 아두이노를 이용하여 제어를 했다. 비록 우리 작품으로는 수상하지 못했지만, 즉석에서 다른 나라 학생과 팀을 짜고 2시간 동안 아이디어를 구상하고 영어로 발표하는 코너에서는 금상을 받았다. 그 당시 내가 구조용 드론에 대해 발표를 했었다. 이 코너를 통해 다시 한번 영어회화의 중요성을 깨달았다. 팀내에 일본인 대학원생이 있었으나 영어를 하지 못해 자신의 생각을 전혀 표현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4학년


  4학년 1학기에는 로보틱스, 제어 및 가공실험(아트메가 실습), 내장형시스템, 운영체제를 수강했다. 로보틱스 과목을 통해 좌표계변환에 대해 알게 되었고, 제어 및 가공 실험으로는 아트메가를 통한 기본적인 MCU 조작법에 대해 알게 되었다. 운영체제 과목은 사실 컴퓨터과학부 과목인데, 우리과에서 전공으로도 인정되고 알고 있으면 많은 도움이 되므로 수강하게 되었다. 내장형시스템 과목으로는 블로그에도 자세하게 게시한 추적카메라 프로젝트를 했었다. 이때 3학년 때 대회에서 이미 한번 써봤던 라즈베리 파이와 아두이노를 사용해서 만들었기 때문에 이제는 python과 openCV을 배워보자는 것에 초점을 두고 만들어 보았다. 최근에는 매형에게 아두이노를 소개해줬고 흥미를 가지고 열심히 배우시는 중이다. ( 아두이노는 예술쪽에도 많이 쓰인다. )

 4학년 2학기에는 유한요소해법, 창의공학설계프로젝트, 배드민턴 수업을 수강했다. 배드민턴 수업은 0학점 짜리로 그냥 운동을 하려고 들었고, 유한요소해법은 컴퓨터를 이용해 디자인을 하고 해석을 할 때 어떤 원리로 해석을 하는지에 대한 이론과 직접 손으로 계산을 해보는 수업이었다.  창의공학설계프로젝트는 졸업작품을 팀을 이루어 제작하는 것이었는데, 우리조는 'Master Fingers'라는 작품을 만들었다. 간단히 말하면 장갑형 악기연주기로, 손가락의 굽힘정도를 Flex Sensor를 이용해 감지하고, MPU6050 센서를 이용하여 손목의 회전강도를 감지한 후 이를 블루투스를 이용해 안드로이드 폰과 통신하면 안드로이드폰에서 이에 맞는 악기소리를 내는 작품이었다. 이를테면 왼손으로 코드를 잡고, 오른손으로 스트로크를 치면 기타소리가 나는 그런 작품이었다. (물론 MIDI 라이브러리를 이용했기 때문에 수십가지 악기소리를 낼 수 있다.) 발표날 교수님과 동기들에게서 최고로 좋은 반응을 얻었다.  또한 2학기의 시작과 동시에 취업준비를 했다. 많은 곳에 서류지원을 하고 많은 서류탈락의 고배도 마셨지만, 합격한 회사들에 대해 여러 면접을 보았고 결국 12월에 원하는 곳에 최종합격 소식을 듣게 된다.


 내 인생을 한번 되돌아 본다는 취지에서 시작했는데 많이 빠진 부분도 있고 쓸데 없는 내용을 주절주절 쓴거 같아 아쉽다. 그래도 한번 쓰고나니 확실히 뭔가 정리는 되서 좋다.


  미래에는 또 어떤 일들이 펼쳐질지 궁금하다..!




댓글 없음: